HQ
스가카게 단문 - 10주년
슼캌처돌이
2015. 12. 27. 17:13
- 정말로 영원할 줄 알았어요, 전.
- 참 뭐랄까... 머릿속에 배구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둘 다 로맨틱했지.
그냥 평범한 남녀 고등학생 커플이라 해도 평생, 아니 몇 년을 함께 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지금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그 사실을 그 때는 몰랐다. 사실 그 순진한 무지가 추진력이 되어 오늘에 이르는 데 일부 기여했음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영원히 같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아버린 뒤로 쏟았던 노력,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우리를 만든 게 아닐까 하고. 난 그렇게 생각해. 와인잔을 부딪히며 스가와라 코우시가 쑥스럽게 웃었다.
- 하아... 정말이지 여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던 건지 말예요, 카게야마 토비오 씨.
- ...코우 씨한테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거 되게 오랜만이네요.
밖에서야 그렇게 불리긴 하지만. 입적 후 스가와라가 된 그가 살짝 그리운 듯 말했다. 그랬던가? 원한다면 종종 불러줄게. 아뇨, 그냥 옛날 생각이 나는 것 뿐이예요. 스가와라 토비오가 재차 와인잔을 부딪혀왔다.
- 앞으로 10년 또 잘 부탁드립니다.
- 뭐야 왜 10년이야? 난 앞으로 70년동안 놓아줄 생각 없거든.
- 아, 이 계약 갱신형이거든요. 10년 후에 또 똑같은 말 할 테니까.
...와, 부 내 공식 커뮤니케이션 바보였던 애가 이런 소리를 다 하고. 10년 세월이 길긴 길다. 10년 후의 우리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네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 변하지 않는다면야 아무래도 상관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