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카게] 커플링
코우 상, 이거 뭐예요? 카게야마가 조그만 상자를 집어들고 이게 뭐냐고 여상스럽게 물었을 때 스가와라는 아차 싶었다. 하다못해 뒷좌석에라도 치워둘 것을 그랬다.
보통의 샐러리맨인 스가와라가 오래 사귄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밝히기엔 아무래도 곤란했다. 단지 그의 왼쪽 넷째 손가락에서 매일같이 반짝이는 커플링이 그 존재를 암시할 뿐이었는데 그게 의외로 부적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모양이라고,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커플링을 잃어버려 일주일 넘게 빈 손인 그에게, 오랫동안 바라보던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마음을 전한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정중한 거절로 끝났지만 이것만은 받아달라며 안겨준 작은 상자는 차 앞좌석에 고스란히 놓아뒀던 터였다. 그러니까 이걸, 카게야마한테 어떻게 설명하지? 미안해도 어떻게든 돌려줬어야 했나?
"...흐응."
답지않게 말문이 막힌 얼굴을 보며 카게야마는 눈으로 말했다. '설명하세요.' 어릴 때에 비해 몰라보게 향상된 연인의 상황판단 능력을 확인한 스가와라는 기특함과 곤란함 등등이 섞인 복잡한 심경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얼른 커플링 다시 맞춰야겠어, 라는 말을 덧붙이며.
"...불안해 죽겠어요 정말. 확 커밍아웃이라도 해버릴까."
"아서라, 누굴 기둥서방 만들려고."
삐죽 튀어나온 입에 달래듯 입을 맞춘 스가와라가 후흐흐 웃었다. 누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팬클럽 줄줄 달고다닌 주제에. 짐짓 화난듯이 말했더니 카게야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 어차피 코우 상밖에 없으니까요, 이런다. 갑자기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도 너밖에 없는 건 왜 모르냐고 이 귀여운 인간아.....
"아악 토비오 이리와! 이리와! 뽀뽀 뽀뽀!!"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얼굴을 부여잡고 가볍게 쪽, 쪽, 쪽, 그러다 다시 붙을 때마다 점점 길어지는 입맞춤. 다시 집으로 들어가서 계속하는게 나을까, 아니면... 이제 자신의 혀를 쫓아 정신없이 운전석 쪽으로 넘어오는 카게야마를 보며 스가와라는 그냥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