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카게] 임신주의 2세주의
"언제 봐도"
"참 잘 섞였어."
"정말 다행이야......"
하나같이 흐물흐물한 얼굴들을 하고 바라보고 있는 시선 끝에는 너덧 살 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단정하게 귀 뒤로 넘겨진, 살짝 웨이브 진 머리카락은 실은 은발에 가까울 정도로 색소가 옅었지만 밀가루 인형 같은 하얀 피부와 대비된 탓에 얼핏 잿빛으로 보였다. 눈은 카게야마를 똑 닮았는데, 워낙 사랑스러운 얼굴로 웃고 있기 때문에 타고난 눈매가 살짝 치켜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카게야마에게 안긴 채 스가와라가 포크에 말아 넘겨주는 파스타를 오물오물 받아먹었다.
"츠바사, 맛있어?"
"맛있어!"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하기 무섭게 니시노야와 다나카는 인간의 말이 아닌 소리로 포효했고, 사와무라나 아즈마네 같은 경우에는 가슴께를 쥐어뜯으며 눈을 지긋이 감았으며, 그나마 침착을 유지하고 있는 엔노시타나 츠키시마 등은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너희들 정말 질리지도 않는구나, 우리 애가 좀 심각하게 귀엽긴 하지만."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을 한 주제에 은근슬쩍 딸바보 발언으로 마무리하는 스가와라의 말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으으 거짓말이야... 카게야마가... 카게야마가 천사를 낳다니이이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츠바사를 넘겨받은 - '쇼요삼촌 놀아줘!' - 히나타가 거의 울먹거리다시피하며 중얼거렸다. ('뭐야 보게 그 발언은!' '쉿 토비오, 애 앞에서는 고운 말!')
"솔직히 직접 커스터마이징해도 이렇게 뽑긴 힘들 것 같달까요."
표현이 상당히 미묘하긴 하지만 어쨌든 칭찬이니까, 스가와라는 엔노시타에게 감사를 표했다. ...누가 개발자 아니랄까 봐...
"츠바사쨩, 나중에 크면 삼촌이랑 결혼할 거지?"
"아니!"
나왔다 아저씨들 단골 멘트! 그러나 전광석화같은 타이밍의 단호박같은 커트! 역시 아빠들이랑 결혼한다고 하려나 싶어 흐뭇하게 생각하려던 차에 그녀가 던진 청천벽력같은 한마디는...
"나 토오루 삼촌이랑 결혼할거야."
"안 돼!!!!!!"
어린 나이부터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꿈꾸는 스가와라 츠바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