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봐 꼬맹아-"
"이제 꼬맹이 아니거든요 일본 성인 남성 평균키입니다만!"
"아 그래, 이제 꼬맹이까지는 아니지 작은 거인 군? 근데 오이카와씨 안에서는 이미 꼬맹이로 정해져버려서 말이야. 자꾸 튀어나오지 뭐야?"
"이익......"

멀쩡하게 생긴 다 큰 남자 둘이지만 대화 내용만 놓고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어차피 토요일 저녁의 시끌벅적한 술집에서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사실 애초에 주변에 신경 쓸 정신머리 따윈 없었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것조차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짜내어 버티고 있는 거라는 걸 서로만이 알고 있었다.

카게야마 토비오가 스가와라 토비오가 되어 버렸다. 일본도 동성결연이 인정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이렇게나 빨리 몸소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손 빠른 자식. 옛날부터 그랬다. 콤비로 묶여있던 꼬맹이만 열나게 견제했더니 아뿔싸! 벌써 상쾌 군이 채갔지 뭐예요?! 토비오 주제에 비밀연애씩이나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수읽기에서 졌다는 분한 마음은 몇 년이 흘러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야 그렇다쳐도 히나타 군, 그렇게 매일 붙어다녀놓고 어떻게 몰랐어? 야생의 감 어디 간 거야?!"
"다이치 선배도 몰랐다고 몇 번을 말해요... 그 바보를 데리고 꽁꽁 숨긴 스가와라 선배가 대단한 거죠!"
"....그 자식 서브부터 기분 나빴어."

그 기분 나쁜 자식을 상쾌군이라고 부른 게 누구시더라, 히나타가 삐죽거렸다. 바로 건방진 꼬맹이 어쩌고 하면서 대꾸할 줄 알았던 상대방이 아무 말도 없자 괜시리 맘이 더 착잡해진다. 한없이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아, 이런 기분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별 걱정거리 없이 살던 히나타는 어쩔 줄 몰랐다. 에이 먹고 죽자! 아저씨 여기 하이볼 하나요!

"...토비오쨩 귀여웠어."
"...귀여웠죠."
"미친 거 아냐? 190짜리 남자애보고 귀엽다니 나보다 크다구?! 징그러워!!"
"뭐래, 귀여워하든 징그러워하든 하나만 해요!"

테이블을 탕탕 치며 억지를 부리는 오이카와와, 거기에 지지 않고 언성을 높이는 히나타 덕분에 주변의 시선이 잠시 집중되었다가 흩어졌다.

"귀여워... 귀엽다고 어릴 때부터 더럽게 귀여웠어 토비오쨩..... 스가와라가 홀랑 먹어버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잡아가는 거였는데."
"흥, 이제와서 생각해봤자 무슨 소용이예요, 심술만 부리던 대왕님."

상대가 스가와라라는 것을 알고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히나타와는 다르게, 오이카와는 아직까지도 진심으로 분해했다. 사실 그 때 마음만 먹었다면 오이카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동경과 사랑은 종이 한 장 차이였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히나타의 미련이 덜하다는 건 아니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더 빨리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나름의 후회가 있었다.

"꼬맹.. 아니 히나타 군. 나..."

윽, 좋지 않은 예감이....

"분해... 분하다구.... 내가 제일 먼저 알았는데...... 이제는..... 흑......"
"아악 울지마요 쫌!!!! 오이카와씨가 울면..."

저도 울고싶어지잖아요.... 기어이 테이블에 엎어져 훌쩍거리는 오이카와한테 면박을 주면서 히나타 본인도 소매로 눈가를 슥슥 훔쳤다. 슬슬 이와이즈미 씨한테 전화해야겠다. 실컷 울고, 한대 맞고 집으로 끌려가서 자고 일어나면 한결 나아질 테지.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고 나면, 그러고 나면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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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슼캌처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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