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그때의 아카시는 굉장했지. 가위를 이렇게 슉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만둬, 다이키."
술만 들어가면 자신의 예전 흑역사를 끄집어내 안주거리 삼는 저 새끼를 대체 어째야 좋을까. 아카시는 불편한 심기를 명백하게 드러내면서 도끼눈을 뜨고 아오미네를 노려봤지만, 예전에 비하면 독기가 많이 빠져서 그런지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진 못한다.
"아니 정말로 그거 후리하타 군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았을 겁니다."
여기에 쿠로코가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던지는 걸로 가세했다. 그걸 기폭제로 아카시의 만행과 망언들이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저 바보들은 공부는 하나도 기억 못하면서 남이 옛날에 얘기했던 걸 뭐 저따위로 잘 기억하는지. 그와 동시에 불과 몇 년 전의 중2병 작렬하던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고보니 저, 모못치 남친이 엄청나게 존재감있는 사람이라 놀랐슴다!"
화제는 느닷없이 대학에 들어가고 첫 연애를 시작한 모모이로 넘어갔다.
"아 그래 나도 그건 좀 놀랐다고. 사츠키 녀석, 옛날에 테츠 엄청 쫓아다녔었는데 그새 취향이 변한건지. 그냥 테츠라서 좋았던건가?"
"다이쨩, 다 지나간 얘기 꺼내고 그래!"
흑역사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온몸으로 좋아좋아좋아좋아v를 표현하던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좀 부끄러웠는지 모모이가 바락 성질을 냈다.
"모모이 상한테는 그저 지나간 일일 뿐인가요? ..조금 섭섭하네요."
"아, 아냐 테츠군! 테츠군은 여전히 멋져!!!!!!"
짐짓 서운한 체하는 쿠로코에게, 모모이는 화들짝 놀라 양손을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저거, 누가 봐도 그냥 놀리고 있는 건데... 그렇습니까, 안심이네요. 하는 쿠로코의 말에 (키세: '쿠로콧치 그 발언은 뭡니까 어장관리인 건가요...') 모모이의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가는 꼴을 본 기적의 세대 전원이 한마음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야 쟤 아직 안끝났어.' 미도리마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는 안된다는 거다 모모이.
그리고 아오미네, 과거를 따진다면 너도 만만치 않다는 거다."
"그러게. 나를 이길 수 있는 건 나뿐이라니 정말이지 대단한 자신감이야 다이키."
"윽..."
중2병 느낌의 흑역사로 치면 아카시를 따라갈 자가 없지만 주변사람 여럿 괴롭게 만들었던 걸로 치면 아오미네가 단연 최강이었다. 아까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던 아카시와 모모이를 필두로 하여 모두들 봇물처럼 쏟아내는 자신의 흑역사에, 죄 많던 당사자는 화도 못 내고 그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그만해라..... 고등학교 농구부 동창회랑 분위기 똑같잖아....."
"다이쨩이 나빴어. 어떻게 시합에 지각할 수가 있어?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믿을 수 없어!"
"나 참, 정말이지 인간 실격인 것이다."
"뭐야? 이 오하아사 럭키아이템 바보가!"
꾹꾹 참고있던 것이 인간 실격이라는 단어에 확 터져버린 모양으로, 아오미네의 턴이 시작됐다. 그렇다. 기행으로 따지면 미도리마는 기적의 세대 안에서도 독보적인 존재. 럭키 아이템에 얽힌 일화만 해도 수십 개에 리어카 통학, 왼손 테이핑 등등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소재의 화수분이었다. 만신창이가 되도록 얻어맞은 미도리마가 화살을 키세에게 돌렸다.
"남자가 우는 건 태어나서 세 번이라고 했지. 키세, 내가 알기로 너는 고등학교 때 이미 세 번을 다 썼다는 것이다."
"그러네요. 우리 학교랑 연습시합에서 처음으로 진 때가 그 시작이었죠."
"아아, 1학년 때 우리한테 지고 나서도 질질 짰지. 뭐, 그때의 분한 기분은 나도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는 게 뭐냐 가오 안 서게. 안 그러냐 모델 씨?"
"....그만둬주세요 진짜....."
3학년 때부터는 안 울었다구요.. 그렇게 조그맣게 덧붙인 키세가 양손에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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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전에는 농구했는데 그닥 연성을 하진 않았었고... 게다가 미완성.... 그래도 이런 후일담 분위기 좋아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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