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너그럽지 못한 성정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이카와 토오루는, 이쯤 되면 컴플레인의 적절한 타이밍이지 않나를 두고 거듭 고민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실수를 통해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라지만, 그걸 옴팡 뒤집어쓰는 엄한 손님 입장에서는 글쎄 과연 어떨지.
일주일에 서너 번은 들르는 단골 카페였다. 특유의 사교성을 발휘한 덕에 사장과는 누나 동생 하며 허물없이 말을 나누는 사이이기도 했는데, 사장은 종종 단기 알바생을 대타로 세워두고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다. 이 꼴을 겪고 보니 이전까지는 그래도 용케 괜찮은 경력자들만 잘도 구해 데려다놨었구나 싶다.
'아 누나, 이건 너무 심했잖아. 얘 카페 문턱도 안 밟아본 것 같다고!'
처음 가게에 들어설 때부터 느낌이 쌔하긴 했다. '어서오세요'가 무리라면 하다못해 '좋은 아침입니다' 같은 평범한 인사라도 해야할 것 아닌가. 멀뚱멀뚱 쳐다만 보길래 오이카와 쪽에서 먼저 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온 대답이 '네, 넵!' 이었다. 운동부냐...
그리고 언제나처럼 카라멜 마끼아또를 아무 생각 없이 시켰던 것이 패착이었다. 주문받을 때 음료 이름을 다섯 번이나 다시 말하게 만들었을 때 돌아나왔어야 했는데. 마치 카라멜 마끼아또라는 단어 자체를 태어나서 처음 들은 것만 같은 반응이라니! 사장 누나의 사람 보는 눈을 믿어왔지만 이쯤되면 불안했다. 포스기 누르는 모양새도 시원찮고, 자리에 앉아 슬쩍 돌아보니 이번엔 매뉴얼처럼 보이는 종이뭉치를 들고 쩔쩔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아메리카노로 바꿀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침부터 빈 속에 쓴 커피를 들이붓는 건 영 취향이 아니라 그냥 두기로 했다. 맛있는 커피는 좋아하지만 딱히 커피맛에 예민하게 구는 편은 아니었고, 이제와서 다른 데를 찾아가기도 귀찮았다. 컨닝페이퍼 보고 순서대로 잘 따라하면 그럭저럭 만들어내기는 하겠지,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주기로 했는데.
드립커피 내리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려서 나온 카라멜 마끼아또는 일단 비주얼부터 처참했다. 예쁜 벌집 모양이어야 할 카라멜 드리즐이 알 수 없는 형상으로 뭉개져있는데다, 하얀 머그잔에 미처 닦아내지 못한 커피 자국이 주룩주룩 흘러 줄무늬를 만들고 있었다. 약간 주저하며 한모금 홀짝 머금은 오이카와는 커피가 사람을 이렇게 절망시킬 수도 있구나 싶었다. 우유 폼이 엉망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샷을 내리고 한참을 꾸물거렸던게 틀림없었는지 커피 맛 자체가 형편없었다. 심지어는 미적지근하기까지...! 이건 정말 안되겠다 싶어 너무 식어서 그러니 따뜻하게 한 잔 더 내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는 꽤 빨리 내주기에 벌써 손에 익은건가 감탄하려 했더니 웬걸, 아까 물렸던 그것과 인상착의가 아무리 봐도 똑같다. 렌지에 돌려 데웠단다. 환장하겠다. 화를 낼까말까 고민중인 이 시점이 바로, 지금이었다. 알바생 또한 심상찮은 공기를 느꼈는지 차마 카운터로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옆에 서 있었다.
처음 볼 때도 눈높이가 엇비슷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앉아서 올려다보니 꽤 훤칠했다. 얼굴도 오이카와씨만큼은 아니라도 그럭저럭... 아, 얘 진짜 얼굴이랑 키 보고 뽑은 거 아냐? 사장 누나가 돌아오면 잔뜩 불평해줘야겠다고 그는 속으로 단단히 별렀다.
저기요. 카페알바 처음이죠?
넵! 처, 처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보통 이런 반응 하냐고....! 이건 뭐 화를 낼 수가 없다. 잔뜩 얼어서는 운동부같은 말투로 대답하는 모습에 오이카와는 참지 못하고 풉, 웃음을 터뜨렸다. 방금전의 끔찍한 카라멜 마끼아또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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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 귀여워서 매일같이 출근도장을 찍으며 연습시킨 덕분에 결국 먹을만한 카라멜 마끼아또를 받아들게 되었다는 뒷이야기는 상상에 맡깁니다 ㅇ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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