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내거나 친숙한 사이에서는 상대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차가 작용하는 부분으로, 쿠니미는 두 살 위의 쌍둥이 누나를 빼면 이름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그나마도 쌍둥이가 아니었다면 큰누나, 작은누나라고 불렀을 터였다). 하물며 중학교 때부터 늘 붙어다니던 킨다이치조차 유타로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호칭에서 묻어나는 친밀함에 연연하는 성격도 아닌데다가, 부르는 것도 불리는 것도 어쩐지 낯간지러웠다. 그래서 자신의 앙숙을 두고 태연하게 우시와카쨩이니, 토비오쨩이니 하던 오이카와에게는 순수하게 감탄하곤 했었다.


그리고 지금.


"아츠무 선배!"


카게야마였다. 볼일이 있어 나온 센다이 역에서 그를 맞닥뜨릴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디 그 뿐인가. 마치 배구공이라도 보는 듯한 생기 넘치는 얼굴을 하고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그 누군가를 성이 아닌 이름임에 분명한 호칭으로 부르는 것도, 모두 생각지도 못한 일 투성이였다. 그러므로 쿠니미 또한 평소의 그답지 않게 거의 눈이 가려질 정도로 후드를 눌러쓰고 슬그머니 그 근처를 맴돌았다.


얼핏 들리는 대화 내용을 미루어 짐작하면 그들은 적어도 지난 봄고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으며, 그는 먼 곳에서 카게야마를 만나러 여기까지 온 듯했다(일부러 여기까지 와 주시고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분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화려한 금발 투블럭 컷을 한 관서 말씨를 쓰는 그 낯선 남자는, 조잘거리는 카게야마를 향해 거의 무슨 꿀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카게야마가 누군가를 이름으로 잘 부르는 타입이었냐고 하면 키타이치 시절은 물론 지금의 카라스노에서도 그런 일은 없었을 터였다. ...아마도.


아 환장하겠네 진짜.


그들이 유유히 역사를 떠나 자취를 감춘 뒤에도 쿠니미의 어지러운 머릿속은 전혀 정리되지 않았고, 그저 토비오가 자신을 아키라라고 불러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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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슼캌처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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